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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용음악 대위법 특강(10/8) 후기 / 박주향 교수

date2022.10.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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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대위법 7번째 특강, “드라마 우영우 첫장면, 회전문을 음악적으로 표현하기”

[서울교육방송 장창훈 작가]=화성학 6강은 불참했다. 토요일에 일하느라, 빠졌다. 한번 빠진 것인데 진도가 상당히 나갔다. 다행스러운 것은 작곡을 건축에 비유해서 6번째 특강이 진행돼, 건축회사에 취직해 일하는 내게 건축학적 작곡법은 매우 친근하게 다가왔다.

특강이 끝나고 집에 돌아오는 길에 배동오 학우님과 전화통화를 했다. 배동오 학우님은 “음악은 악기를 보듬고 살아야 한다. 음악에 빠져서 음악과 놀고, 음악과 이야기하고, 음악만 생각하며 살아야 한다. 슬플 때는 슬프게, 기쁠 때는 기쁘게, 악보와 함께 노는 것이 작곡이다. 세종사이버대학교 실용음악학과에 오신 분들은 음악에 대한 조예와 열정과 경험이 매우 깊고 뛰어난 것 같다. 모두 사연과 스토리가 있는 음악인들이어서 음악적 철학이 있어서 수준이 높은 것을 알았다.”고 말했다.

특강은 대양홀ai 116호에서 있었다. 도로 차선이 악보의 오선이라면, 자동차 바퀴는 음표와 같다. 바퀴 4개가 노후돼, 새것으로 교체했더니, 자동차가 길에 착 달라붙어서 달린다. 꼭 4/4박자 음표처럼 덩실덩실 굴러간다. 대위법으로 작곡하는 법을 배운다는 것은 마치 차량 바퀴를 새것으로 교체하는 것과 같다. (내 생각이다.)


종교적으로 표현하면, 강의실에 도착하자, 꼭 요한복음 1장에서 4명의 제자를 데리고 이야기를 하던 예수님의 모습처럼 옹기종기 모여서 음악의 본질을 이야기하고 있었다. 나도 전깃줄에 앉아있는 참새들의 틈바구니에 들어가듯 앉았다. 언제나처럼 화성학 교육은 엄마의 품처럼 포근하다. 어쩌면, 모두가 바퀴가 되어 화성학 특강이 굴러가는 것일까?

- 질문으로 꼬치꼬치 캐묻기

박주향 교수님의 특기다. 아주 갑작스런 질문들이 오늘 쏟아졌고, 목표지점은 학생의 눈동자다. 더 정확히 말하면, 학생의 생각이며, 언어로 표현된 그 생각을 향해 박주향 교수님은 질문의 화살을 날렸다. “왜”라는 의문사를 붙이면서, 다시 되묻는 교수님께 우리는 답변을 해야했다. 이것이 작곡의 출발점이다. 우리는 처음 자전거를 배우듯 헤매고, 엎어지고, 중심을 잡지 못했지만, 그때마다 교수님은 묵묵히 뒤에서 중심을 잡아주셨다.

‘할아버지의 시계’라는 곡과 ‘오르골’을 접목해서, 대위법으로 작곡을 해보고 싶다고 한 학우님이 이야기를 꺼냈다. 뭉게구름처럼 아주 단순한 생각일 뿐인데, 주향 교수님은 “왜 오르골을 선택했죠? 수많은 악기중에 오르골이 선택받은 이유가 있나요? 이 특별한 선택은 왜죠?”라고 계속 물었다. 그러자, 놀라운 일이 발생했다. 그 학우님이 계속 이야기를 꺼내놨고, 칠판에 오르골과 연결되는 단어와 수식어가 적혔다. 그리고 주향 교수님은 “오랫동안 대위법 강의를 해봤지만, 오르골 악기로 대위법 작곡을 해보겠다는 학생은 이번이 처음이다. 어쩌면, 오르골이 대위법에 숨결을 불어넣어줄 수 있다고 본다. 어렵게 느껴지는 대위법을 친숙하게 느껴지도록 오르골이 충분히 할 수 있다고 본다. 이제 작곡의 첫 걸음마를 걸었으니, 꾸준히 훈련해서 오르골을 활용해 대위법으로 작곡해 음악앨범을 내길 바란다”고 조언했다.

남녀 소개팅을 소재로 생각을 구체적으로 표현하기 위해 생각을 끄집어 내서 적은 내용.

또 다른 학우님은 스토리만 생각했다. 이 학우님도 “남자와 여자가 소개팅을 하는데, 만나서 식사를 하다가 남자가 실수를 연거푸 했지만, 결국 둘이 잘 된다는 내용입니다”라고 했다. 아주 막연한 스토리인데, 주향 교수님은 여기에도 “질문”을 던졌다. 질문은 붓과 같아서 물감으로 색칠하는 것 같다. 이야기가 구체적으로 그려진다.

“어디서 만났나요? 식당? 레스토랑? 아니면 어디죠? 장소는 화음이예요”

“레스토랑으로 할께요”

“레스토랑이면, 고급 레스토랑인가요? 캐쥬얼인가요? 토속적인가요? 비싼 곳인가요? 저렴한 곳인가요?”

질문을 받은 학우님은 한참을 망설인다. 전혀 예측하지 못했던 내용이어서, 점심에 무엇을 먹어야할지 고민하는 것처럼 망설이다가, “너무 비싸지 않는, 그러나 좋은 곳”이라고 하자, 주향 교수님은 “캐주얼 레스토랑을 말하는 것이죠?”라고 말했다.

이어 주향 교수님은 “그러면, 몇시에 만나요?”라고 물었다. 결국, 6하원칙은 생각을 구체적으로 만드는 도구다. 왜, 어디서, 언제, 어떻게, 무엇을, 누가..... 이러한 의문사를 통해 생각이 머리에서 삐져나온다. 실수와 관련해서도, 주향 교수님은 “실수를 몇개정도 하나요? 구체적으로 무슨 실수를 하죠?”라고 물었다. 생각의 틈새를 파고드는 것, 그것이 작곡의 뼈대다.

- 드라마 우영우 첫장면, 회전문을 음악적으로 표현하기


또 다른 학우님은 드라마 우영우 첫장면을 이야기 소재로 삼았다. 놀랍게도 박주향 교수님은 우영우를 몰랐다. 학우님이 우영우 드라마를 한참 설명하자, 교수님은 핵심 키워드를 각각 적으신다. 우영우, 자폐, 천재, 허둥지둥, 출근 첫날, 회전문, 당황.....

드라마 우영우를 본 적 없는 박주향 교수님은 ‘회전문’에서 우영우처럼 멈추신다. “왜 회전문일까요?”라고 뜬금없이 질문을 던지신다. 그때, 아차!라는 단어가 내 뇌리에 스쳤다. 우영우가 너무 재밌어서, 왜 회전문인지, 왜 김밥을 우영우가 좋아하는지, 왜 우영우는 고래를 상상하는지 전혀 생각해 본 적이 없었고, 내 옆의 학우님도 비슷한 상황인 것 같았다. 특히, 회전문은 첫장면에 나오는 가장 중요한 장소인데, 작가의 의도를 생각하지 않고 드라마만 봤다.

주향 교수님은 질문의 방향을 조금 바꿨다. “회전문의 특징이 뭐죠?”라고.

불편한 것, 타이밍, 규칙성, 위험한 것, 부담스러운 것..... 이런 대답이 나오자, 주향 교수님은 “맞아요. 우영우가 보기에 회전문은 사회(社會)로 들어가는 입구와 같죠. 회사(會社)와 사회(社會)는 거꾸로 해도 같잖아요. 회사가 사회를 말하고, 회전문은 그 입구인데, 거기서 걸림돌을 만난 것예요. (회전문은 매우 규칙적으로 돌아가는 사회제도를 말할 수도 있죠.) 그렇다면, 회전문을 음악으로 어떻게 표현해야하나요?”

내 머리가 회전문처럼 돌아갈 수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불편한 것은 까마귀 소리이고, 그것은 2도와 7도 불협화음이고, 세컨더리 도미넌트밖에 생각나지 않았다. 나는 내 생각을 말했지만, 신통치 않았다. 다른 학우님도 비슷한 상황이었다. 주향 교수님은 “회전문 앞에서 우영우가 멈칫 한 것은 긴음표나 쉼표로 표현하고, 안절부절하고 허둥대는 모습은 불협화음이나 도미넌치 7도 9도 11도를 쓰면 될거예요. 대신, 회전문은 정박으로 가는 것이 좋겠죠. 사회를 상징하니까요. 회전문은 정박, 우영우는 엇박이죠.”라고 설명했다.

끝으로 박주향 교수님은 작곡의 자세에 대해 중요한 이야기를 해주셨다. 핵심내용은 이렇다.

<작곡은 영감보다 노력에 의존해야한다. 좋은 곡을 쓴 작곡가에 대해 일반적으로 잘못된 편견을 갖고 있다. 타고날 때부터 작곡의 능력을 갖고 있다고 생각하지만, 전혀 아니다. 바흐가 하루에 10곡씩 작곡할 수 있었던 것은 영감에 의존한 것이 아니고, 작곡의 법칙으로 곡을 건축한 것이다. 이것은 철저한 훈련이며, 연습이다. 연주자가 멋진 연주를 하면, 얼마나 많이 연습하고 훈련했을까, 그 노력을 칭찬한다. 반면, 작곡가의 작곡에 대해서는 그런 칭찬을 하지 않는다. 작곡가는 생각의 훈련을 부단히 노력한다. 손가락 훈련만 훈련이 아니다. 생각의 연습을 날마다 해야만 작곡을 할 수 있다. 본래, 작곡가는 연주자와 하나였다. 연주하면서 작곡했고, 작곡가가 연주했다. 한국은 둘을 분리해서 생각하는데, 작곡과 연주를 하나로 봐야한다. 생각을 해야 영감도 온다. 좋은 작곡가가 되는 지름길은 생각훈련이다. 상상의 날개짓을 날마다 펼쳐야 한다. (창문을 보면서 보이지 않는 세상을 상상할 수 있어야 한다.) 작곡은 누가 할 수 있고, 누구나 해야한다. 28년간 음악을 했지만, 실패했다. 그 실패가 놀랍게도 교육자의 길에서는 능력이 되었다. 실패함으로 공감능력을 얻었다. 학생들의 입장에서 생각할 수 있는 상상력은 실패를 통해 터득한 것이다. 기막힌 반전이다. 살아보니, 음악으로 맺어진 인연은 오래간다는 것을 알게 됐다. 음악은 언어와 같아서 음악을 하는 동안에 다시 만나면 서로 어색하지 않고, 친구처럼 언제 만나도 반갑다. > - 박주향 교수님